MCBW가 주목하는 우리 작가들_이정형
1. <공예+디자인>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작업을 이어오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이정형이라고 합니다. 기능이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2. 이번 MCBW의 전시 <Smart Object: Analogue to Digital>에서 어떤 작품을 선보였나요?
MCBW에는 ‘The Pen’으로 이름붙인 일자형의 기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공예를 전공한 다른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만든 디자인팀 ‘ARAM’에서 같이 기획한 작업물입니다. ‘the pen’은 작년(2016)에 기획이 시작되었고 세상에 선보인지는 약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MCBW전시뿐만 아니라 이런 인터뷰를 통해서 많은 분들께 저희의 작업물을 소개할 수 있게 된 것 자체로 저를 포함한 팀원 전원은 아주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 고정관념을 탈피한 독특한 생김새의 수제 일렉트릭 기타 ‘The Pen’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기타를 연주했고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음악도 하고 싶고, 미술(시각예술)도 하고 싶어 했던 단순한 욕구가 ‘기타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타라는 악기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 형태를 바꿔오면서 인간과 함께 했기 때문에 변화의 여지는 항상 있다고 봅니다만, 일렉트릭 기타는 그 중에서도 무엇인가 시도하는 것에 한계가 적은 편인만큼 새로운 디자인과 도전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일렉트릭 기타에 집중 하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을 구성하는 재료로 나무, 금속, 플라스틱 등을 들 수 있는데 금속공예가로서 그 물성들을 잘 파악하고, 사용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사실 대학 입학 전부터 꿈꿔오던 것을 실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4. ‘The Pen’에 담겨있는 특별한 뜻이 있나요?
‘The Pen’은 단어 그대로 쓰고 그리는 ‘펜’을 의미합니다. 펜은 중요한 순간을 ‘기록’하는 도구이고, 우리는 그것을 쉽게 휴대합니다. 기타를 연주하는 이는 다양한 상황에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음악적인 영감을 기록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펜처럼 쉽고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또한 넥(기타의 목부분)의 단면 형태가 반원이 아니라 6각형을 반으로 자른 모양으로 마치 모나미의 153을 연상시키기도 하지요.
5. 작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The Pen’이 알려졌습니다. 어떤 계기로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게 됐나요? 또한 스타트업 공예가로서 크라우드펀딩의 장단점이 있다면요?
‘The Pen’을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이 대학생으로서 4학년을 보내던 기간에 이루어졌습니다. 학생으로서 작업물을 만들고 판매하고자 하는 욕구에 반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금전적인 문제였습니다. 재료비뿐만 아니라 더 나은 완성도를 위하여 필요했던 공구의 구매 등이 필요했지요. 크라우드 펀딩은 실질적으로 금전적인 도움도 있었지만 많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기타를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 구매로 연결 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해결 해 줄 수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돌이켜보면 실제 판매로 이어지며 수익을 창출하고 많은 어려움을 한정적으로 해결해주었다는 점도 있었지만 저희에게 가장 크게 작용한 점은 공예나 기타에 관심이 없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저희의 작업물을 알게 되었다는 홍보의 효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많은 장점에 반해 아쉬운 점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중간에서 이윤을 가져감으로서 가격책정이 높아지는 상황이 온다는 점입니다. 펀딩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하여 판매를 할 수 있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비슷한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요.
6. 스마트 시대에 공예가로서 지켜내고 싶은 작가님만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또, 시대가 변함에 따라 한국의 공예가 바뀌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제 갓 사회로 나온 상황으로 저를 ‘공예가’ 혹은 ‘작가’로서 이야기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더불어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제가 공예의 앞날을 말한다는 점이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공예를 전공했고 공예의 가치를 중히 여기는 사람으로서 바라는 것은 인간이 손을 위주로 한 노동을 통해 만들어낸 것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기계의 도움을 받는 범위가 넓어지더라도 말입니다. 스마트하고 저렴하며 크기가 작은 기계들이 늘어가고 3D프린터가 대중화 되며 일명 ‘메이커스 무브먼트’는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는 많은 사람들이 보다 ‘만드는 것’ 그 자체를 즐기고 제가 바라는 바와 같이 손을 사용하는 노동을 존중하는 인식의 변화를 주리라 기대합니다. ‘쉽게 만드는 행위’로 공예를 좀 더 쉽고 친숙하게 대중 속에서 그들과 함께 즐기면 공예가들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 봅니다.